외환위기, 금융위기에 이어 40~50대 가장들의 시련이 돌아왔다. 어려운 시기도 시기지만, 이 시대 가장들의 시련은 꾸준히 되풀이되는 거 같다. 여기 호탕한 기백과 과거의 우정으로 뭉친 가장들이 락밴드를 만들었다. 영화 즐거운 인생 줄거리 및 감독의도 등을 통해서 알아보자.
줄거리
은행에서 구조조정당한 후 주식투자로 퇴직금마저 날린 기영은 이자마저도 갚지 못해 여기저기 돈을 구하러 다니는 신세이다. 어느 날 대학에서 같이 밴드 생활을 했던 상우의 부음 소식이 들려오고, 장례식장에서 예전 대학에서 같이 활동했던 활화산 멤버들과 조우하게 된다. 우연히 상우의 기타를 발견하게 된 기영은 활화산 멤버 성욱과 혁수에게 밴드를 같이 하자고 조르지만, 재결성은 요원하기만 하다.
하지만, 기영은 포기하지 않고 기다리는데, 그러던 어느날 결정적인 계기로 그룹 활화산은 다시 뭉치게 된다. 20년 만의 재결성이기에, 예전 실력은 쉽게 돌아오지 않고, 급기야 동네 나이트 오디션에도 떨어진 아저씨들은 크게 실망하고, 자신감은 밑바닥까지 떨어지고 만다.
가족들에게 무시받고, 돈 못 벌어 오는 가장의 모습으로 기영은 상우의 집에 찾아가 현준을 만나게 된다. 그곳에서 현준의 무시무시한 음악실력을 보게 되고 드디어 활화산은 상우의 아들 현준을 보컬&기타로 들이게 되어 완전체로 거듭나게 된다.
활화산은 현준의 바지끄덩이를 붙잡는 나이트 사장을 뒤로하고 홍대 클럽으로 진출한다. 20년 만의 컴백무대를 갖는 활화산은 말 그대로 무대를 씹어먹어 버린다. 하지만, 잘 나가는 밴드 사정과 반대로 멤버들의 가정사는 반대로 흘러간다. 기영의 아내는 남편이 바람피우는 줄 알고 오해하고, 성욱의 아내는 아들 사교육비가 더 필요하다는 요청을 한다. 더욱 심각한 건 해외에 있는 혁수의 아내가 급기야 이혼을 요구하는데, 혁수는 아내를 붙잡고자 캐나다로 출국하려 하지만, 공항에서 끝내 좌절해 버리고 만다.
이제 그에게 남은 건 활화산뿐. 그들의 마지막 무대가 혁수의 텅 빈 중고차 가게에서 펼쳐진다. 피날레 장면에 울려 퍼지는 [즐거운 인생] 샐프 타이틀 곡은 영화의 주제를 여실 없이 보여주는 멋진 주제가로서 마무리를 짓는다. 이 시대의 힘들어하는 가장들. 이영화를 보고 힘내시길 바랍니다.
감독 의도
이준익 감독의 음악 시리즈 3부작 중 두 번째에 해당하는 작품이다.
[1번째 라디오스타, 3번째 님은 먼 곳에] 드라마적인 부분을 강조한 1, 3번째 작품보다는 음악적인 부분 이걸로 승부하는 작품이 즐거운 인생이다. 이 작품에서는 이준익 감독의 [영원한 페르소나] 정진영 배우가 주인공 김기영으로 함께한다. 이준익 감독은 코멘터리에서 '라디오스타'를 찍고 음악영화의 매력을 느껴서 '님은 먼 곳에'를 찍으려던 차, 해당영화의 해외 로케 준비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즐거운 인생'을 먼저 찍었다고 했다.
그렇게 나온 작품이 이 영화이다. 특히 이 시대의 대표 루저'김기영'의 역할을 정진영 배우에게 맡겼는데, 감독은 '힘든 상황에서도 내면의 고민 없이 사는 인생'의 즐거운 면을 부각시켜 달라 요청했기 때문에, 정진영 배우는 김기영이라는 배역이 내면의 고민이 없어 오히려 힘들었다고 한다. '라디오 스타'와 '님은 먼 곳에'의 중간 다리를 위해 탄생한 뜻밖의 걸작 '즐거운 인생' 이준익 감독의 즐거운 내면을 함께할 수 있어서 영화를 감상하는 내내 흐뭇했다.
OST
영화의 주제곡은 샐프 타이틀곡 '즐거운 인생'이지만, 영화 내내 울려 퍼지는 노래는 '터질 거야 [Ver 1,2,3]', '한동안 뜸했었지', '불놀이야'가 꾸준히 등장한다.
감독의 취향도 느낄 수가 있지만, 40대 후반의 밴드 멤버들의 나이를 생각하면 고전 한국 락뮤직만큼 어울리는 사운드트랙도 없다고 생각한다. '터질 거야'는 정말 다양한 버전으로 등장하고, 극 중 파트너 밴드인 트랜스픽션 버젼까지 수록되어 있다.
'터질거야' 84년 초기 버전도 좋지만, 극중 현준이 보컬로 등장하는 버전 2부터는 곡의 힘이 발현되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촌스럽게 느껴졌던 노래가 이렇게 힘이 있는 락 넘버였나 싶을 정도로 놀라운 편곡을 보여준다. 활화산의 단독 콘서트의 첫 곡이자 영화의 피날레 곡으로 뿌려주는 '즐거운 인생'은 처음 듣자마자 귀에 후크가 걸릴 정도로 대중성이 높은 락 넘버다.
관객들은 이제 궁금증이 생길 것이다. 저 노래들을 배우들이 직접 연주한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직접 연주한 것이 맞다. 필자가 구매한 '즐거운 인생' 디럭스 DVD판에는 배우들이 직접 연주하는 콘서트 씬도 수록되어 있다. 배우들이 얼마나 진지하게 영화에 임했는지 확인할 수 있는 귀한 부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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